2013년 2월 15일 금요일

3년 반

미시간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. 내겐 미국 어디나 마찬가지로 낯설고 물설으니 미시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겠다. 어쨌든 낯선 미시간에 와서, 덜컥 집도 사고, 아이들도 학교를 몇 해째 다니고, 아내도 이런 저런 일을 하게되고,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에서 해야할 일도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어느 정도 정착이란 걸 하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된다.

이제 큰 아이도 대학 준비를 해야할 나이가 되었고, 작은 아이도 이번 가을이면 고등학생이 된다. 입학한 학교를 다니다가 그대로 졸업해 본 적이 없다고 투덜대던 작은 아이 생각이 난다. 바램대로 이제 곧 여기에서 처음으로 입학한 중학교에서 졸업을 처음으로 하게될게다. 큰 아이도 고등학생이 되었고, 별 일이 없다면 이곳을 졸업하게 될게다.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게될까? 내 기억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아주 어릴적 아련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을 보면, 아이들은 어쩌면 텍사스에 살던 시절을 고향처럼 기억하게 될 수도 있겠다.

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하는 식으로 잔소리가 늘어가는 나를 발견한다. 늘어가는 잔소리만큼 나도 딱 그만큼씩 노인네가 되어가는 것 같다.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왁짜지껄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학교로 출근을 했다. 4, 5년 후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서고 아내와 나만 넓은 집에 남겨져 있는 상상을 한다. 새털같이 많은 나날들이 지나고 나면 쏜살같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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